Beschreibung
그 익명의 남자가 '시라노'라고 이름을 밝히고 서서히 자신의 구체적 욕망을 드러낼수록 샹탈은 묘한 즐거움과 설렘을 느끼고, 장마르크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고, 자신이지만 자신이 아닌 이 남자에게 질투를 느낀다.
불특정 남성으로부터 관심과 욕망의 시선을 받는 것, 거기에서 자신의 매력과 자신감을 되돌아보는 보통 여자들의 심리를 간파해 낸 쿤데라의 솜씨는 그야말로 날카롭고 세련되었으며, 설득력 있다. 거기다 쿤데라 특유의 유머까지 덧붙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설 분위기에 재미와 흥미를 더했다.
가볍고 흥미진진한 연애 편지 소동으로 시작된 이 소설, <정체성>은 밀란 쿤데라가 언제나 던져 온 화두를 담은 작품이다. 불확실한 이 세상에서 불확실한 자아를 보듬고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에 대한 성찰을, 짧지만 넓은 행간에 담고 있는 철학 소설이자 동시에 오늘날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흥미진진한 연애 소설인 것이다. '밀란 쿤데라 전집' 9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