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chdetails
Beschreibung
그래서 소설 속 주인공들은 '탈출'을 꿈꾼다. 그 탈출은 진정한 의미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 채 '일탈'의 수준에 머물거나, 비극적 종말로 치닫는다. <내 사랑 십자드라이버>에서는 주인공이 좋아하는 여성을 사물화하여 십자드라이버로 '분해' 해버리고, <총>의 주인공 탈영병은 총이 주는 안온감에 취했다가 총에 맞아 죽고 만다. <삼국지라는 이름의 천하>에서는 현실에 대한 어떠한 개선 노력도 보이지 않으면서 시뮬레이션 게임 속에서 가상의 복수만 되풀이하는 무기력한 자동차 세일즈맨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꿈꾸고, 행동을 하지만 그 꿈은 현실 극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행동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호출>은 왕가위의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여자에게 주인공은 호출기를 주며 연락하겠다고 말한다. 여자는 정사씬만 대신 찍는 배우였는데 호출기를 받는 순간부터 남자에게서 올 연락을 기다리며 공상을 한다. 남자와 여자는 실제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연락이 온 이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상상을 한다. 소설의 말미에 호출기를 준 적도 없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 모든 것이 소설가의 공상임이 밝혀진다. 의사소통의 단절과 왜곡에 대한 짧은 소설이다.
서로 다른 사람을 갈구하며 이루어지지 못할 삼각구도를 도드리와 절묘하게 배치한 작품 <도드리>와 베가르기 춤을 추었고 학생회장과 연애를 했던 여주인공이 이제는 작두를 타고 있다는 <베를 가르다>는 배신과 극복에 대한 탐구다. 그 밖에 성에 대한 원초적 욕망과 타인의 시선에 관한 <도마뱀>, 이미지와 기호로 소비될 뿐 그 가치는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하는 상품사회를 그린 <전태일과 쇼걸>, 죽음이라는 다소 감상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나는 아름답다>, 김영하의 데뷔작인 <거울에 대한 명상> 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