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chreibung
선집 여덟 번째 권은 <열쇠>다. <겐지 이야기>를 현대 일본어로 옮기며 간사이 시대(일본 고전 문학으로의 회귀)를 총결산한 다니자키는 2차 세계대전을 경유해, 마침내 자신의 말기 문학을 펼쳐 보이기 시작한다. <열쇠>는 거장조차도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시기에 돌연 이제껏 고수해 온 형식과 주제, 문체까지 전부 타파하며 다시금 문단의 정중앙을 조준한 야심작(가라타니 고진,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이 작품으로 화려하고도 완벽하게 부활했다.”)이자 일반 독자부터 비평가, 심지어 정계에 이르기까지 ‘외설 문제’로 씨름하게 한 문제작이다.
프랑스 심리 소설의 걸작이자 서간체 문학의 정수,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를 방불하게 하는 일기체 형식의 독특한 작품으로, 권태기에 이른 중년 부부가 비밀스럽게 서로 일기를 남기며 상대의 정신과 육체를 쥐락펴락하는 대단히 아슬아슬하고도 교묘한 소설이다. 한편 남편과 아내의 일기를 교차시키며, 마치 실제로 두 사람이 글을 쓴 것처럼 완전히 다른 문체를 구사하는 다니자키의 문재(文才)는, 그야말로 감탄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