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chreibung
그리스 신화를 차용한 방식에선 이전 시집들 가령 《목초지》(Medowlands, 1996)와 《새로운 생》(Vita Nova, 1999) 《일곱 시절들》(The Seven Ages, 2001)에 연결되는 이 시집은 인간 본성에 깃든 욕망과 상실, 트라우마의 문제를 현재적 목소리로 바꾸어 전달한다. 절제된 형식미를 내세워 이 지상의 목숨과 신의 존재, 몸을 지니고 태어나는 생명들의 존재 조건에 대한 영성적인 질문을 하는 점에서는 《야생 붓꽃》(The Wild Iris, 1992)과도 연결된다.
《아베르노》는 ‘떠남’에 관한 이야기다. 떠났다가 돌아오는 이야기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상실과 죽음을 딛고 다시 돌아오고 돌아오는 이야기다. 시인은 페르세포네 신화의 틀을 차용하지만 시집에서 떠나는 자는 그 옛날의 페르세포네라기보다는 현대의 무수한 어린 소녀들, 그 페르세포네‘들’이다. 그 되돌아오는 반복, 여러 겹의 생을 사는 작업을 통해 시인은 지금 시절을 살다 가는 우리가 직면하는 죽음의 문제를 탐색한다.
죽음의 위험을 알면서 그를 무릅쓰고 먼 길, 새로운 길을 떠나야 했던 젊음의 욕망을 응시한다. 총 18편의 시가 수록된 이 시집은 두 개의 파트로 나뉜다. 신화를 기반으로 한 이 시집은 돌이킬 수 없는 겨울로 변한 풍경에서 죽음의 세계와 생의 세계를 연결하는 동시에, 두 세계를 화해시키는 통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