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chreibung
표제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서는 서른다섯번째 생일날, 가족을 버린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는 전작이었던 장편 <비밀과 거짓말>이나 소설집 <상속>의 표제작에서 은희경이 바라보던 '가족'과 '아버지'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이번 소설집은 '아버지'라는 존재를 포함한 가족관계 속에서 삶과 정체를 탐구했던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현대의 고독하고도 분열적인 인물을 다룬다. 그 소소한 일상의 국면에서 희극적이거나 비극적인 상황에 주목하는 서사는 매우 섬세하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특징은 현실과 환상의 긴장과 착종이다. 서사를 따라 읽다보면 소설 속에서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적 현실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하나의 허구(소설) 안에 허구적인 설정이 겹겹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바깥의 허구(소설 속의 현실)보다 더 허구적인 상황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해설에서 이렇게 평했다. "초기 은희경 소설들은 면도칼 같아서 읽는 중에 여러 번 당신을 긋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것은 기꺼이 즐길 만한 통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녀의 소설은 칼이 아닌 척하는 칼이어서 당신은 베이고 있는 줄도 모르는 채로 깊이 베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