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kdetails
Formaat
Hardcover
Pagina's
271
Taal
Koreaans
Gepubliceerd
Feb 10, 2006
Uitgever
북폴리오
ISBN-10
8937831090
ISBN-13
9788937831096
Beschrijving
"이쯤에서 미리 밝혀두겠는데, 이 소설은 나의 연애를 다룬 것이다. 그 연애는 공산주의니 민주주의니 자본주의니 평화주의니 귀족주의니 채식주의니 하는 모든 '주의'에 연연하지 않는다."
책 첫장부터 이런 엄숙한 선언이라니. 그냥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좋을 것을, 작가는 왜 이런 엄포를 놓고 시작하는 걸까. 그건 이 소설의 작가인 가네시로 카즈키가 재일 한국인 2세이기 때문이다. '재일 한국인의 문학'하면 뭔가 심오하고 고뇌어린 정체성 문제려니, 지레 짐작하는 독자들(혹은 평론가들)을 위한 안내라고나 할까.
그런데, 실은 작가의 이 말은 100% 믿어주어서도 안 되는 말이다. 그렇다고 100% 무시해서도 안 된다. 완전히 믿어주어 '보통 연애소설'을 기대하기에는 책 속의 문제의식이 너무 또렷하고, 완전히 무시하여 '보통 이민자소설'을 기대하기에는 책 속의 유머가 너무 빛나는 탓이다.
주인공 스기하라는 태생이 꽤나 복잡한 고등학생이다. 젊은 시절 열혈 마르크스주의자로 조총련 활동을 한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덕분에 총련계 초, 중등학교를 다녔고, 다음엔 온 가족이 한국국적으로 옮겼고, 그리고나선 일본계 고등학교에 다닌, 일본인이다.
주먹을 잘 쓰는 덕택에 총련계 친구들이나 일본인 급우들의 이지메 따위에도 눈 하나 깜짝않는 그, 그가 일본여학생 사쿠라이를 만나 마음을 뒤흔드는 사랑을 느낀다. 이 사랑의 이야기는 너무나 달콤하고,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는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독특한 유머감각을 이어받기라도 한듯 위트있다. 쿨한 캐릭터, 엉뚱한 상상력.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마침내 깊은 사랑에 빠진 스기하라가 자신이 한국인임을 고백하자, 둘의 관계는 그만, 깨어지고 만다. 게다가 하나밖에 없는 친구 정일은 정신나간 일본청년의 칼에 맞아 죽는다. 일본인과 한국인 사이, 총련계와 한국계 사이의 골은 깊어도 여간 깊지가 않다.
결국 스기하라의 연애이야기는 스기하라의 정체성 이야기와 떼어내어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연애 얘기를 하자면야 즐겁고 재미난 말만 하고 싶겠지만, 그 연애를 하는 사람이 다름아닌 '스기하라'라는 사람이고 보면, 작가 말마따나 '별볼일없는 얘기'에 불과한 심각한 이야기들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그 점에 있다. 마치 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기쁘거나 슬프고, 따뜻하거나 잔인하고, 사소하거나 심각한 일들이 마구 뒤얽혀 등장하는 것. 눈물이 날 것만 같은 대목과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대목이 나란히 놓인 것. 돌이켜보면 누구나 성장할 땐 그렇게 정신없이 극과 극을 오가는 법이다.
다만 한가지, 이 소설은 아직도 '성장 중'이다. 스기하라와 사쿠라이가 극적으로 화해한다는 설정이랄지, 정체성의 고민에 비교적 쉽게 해답을 내려버리는 듯한 스기하라의 태도랄지, 그런 부분들이 아쉬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에게 이 소설이 최초의 장편소설이라는 점, 잔뜩 인상쓰지 않고도 다사다난한 재일 한국인의 이야기를 써내는 재능이 있다는 점이 아쉬움을 상쇄한다. - 김명남(2000-11-13)
책 첫장부터 이런 엄숙한 선언이라니. 그냥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좋을 것을, 작가는 왜 이런 엄포를 놓고 시작하는 걸까. 그건 이 소설의 작가인 가네시로 카즈키가 재일 한국인 2세이기 때문이다. '재일 한국인의 문학'하면 뭔가 심오하고 고뇌어린 정체성 문제려니, 지레 짐작하는 독자들(혹은 평론가들)을 위한 안내라고나 할까.
그런데, 실은 작가의 이 말은 100% 믿어주어서도 안 되는 말이다. 그렇다고 100% 무시해서도 안 된다. 완전히 믿어주어 '보통 연애소설'을 기대하기에는 책 속의 문제의식이 너무 또렷하고, 완전히 무시하여 '보통 이민자소설'을 기대하기에는 책 속의 유머가 너무 빛나는 탓이다.
주인공 스기하라는 태생이 꽤나 복잡한 고등학생이다. 젊은 시절 열혈 마르크스주의자로 조총련 활동을 한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덕분에 총련계 초, 중등학교를 다녔고, 다음엔 온 가족이 한국국적으로 옮겼고, 그리고나선 일본계 고등학교에 다닌, 일본인이다.
주먹을 잘 쓰는 덕택에 총련계 친구들이나 일본인 급우들의 이지메 따위에도 눈 하나 깜짝않는 그, 그가 일본여학생 사쿠라이를 만나 마음을 뒤흔드는 사랑을 느낀다. 이 사랑의 이야기는 너무나 달콤하고,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는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독특한 유머감각을 이어받기라도 한듯 위트있다. 쿨한 캐릭터, 엉뚱한 상상력.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마침내 깊은 사랑에 빠진 스기하라가 자신이 한국인임을 고백하자, 둘의 관계는 그만, 깨어지고 만다. 게다가 하나밖에 없는 친구 정일은 정신나간 일본청년의 칼에 맞아 죽는다. 일본인과 한국인 사이, 총련계와 한국계 사이의 골은 깊어도 여간 깊지가 않다.
결국 스기하라의 연애이야기는 스기하라의 정체성 이야기와 떼어내어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연애 얘기를 하자면야 즐겁고 재미난 말만 하고 싶겠지만, 그 연애를 하는 사람이 다름아닌 '스기하라'라는 사람이고 보면, 작가 말마따나 '별볼일없는 얘기'에 불과한 심각한 이야기들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그 점에 있다. 마치 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기쁘거나 슬프고, 따뜻하거나 잔인하고, 사소하거나 심각한 일들이 마구 뒤얽혀 등장하는 것. 눈물이 날 것만 같은 대목과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대목이 나란히 놓인 것. 돌이켜보면 누구나 성장할 땐 그렇게 정신없이 극과 극을 오가는 법이다.
다만 한가지, 이 소설은 아직도 '성장 중'이다. 스기하라와 사쿠라이가 극적으로 화해한다는 설정이랄지, 정체성의 고민에 비교적 쉽게 해답을 내려버리는 듯한 스기하라의 태도랄지, 그런 부분들이 아쉬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에게 이 소설이 최초의 장편소설이라는 점, 잔뜩 인상쓰지 않고도 다사다난한 재일 한국인의 이야기를 써내는 재능이 있다는 점이 아쉬움을 상쇄한다. - 김명남(200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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